[불법 카드깡] 화장품, 캠코더등 인터넷, 남대문지역에서 판매되는 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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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4월 24일 조선일보 )

지난 11일 A백화점 인터넷 쇼핑몰 보안담당자 P과장은 전날의 고객 주문내역서를 살피다가 이상한 주문을 발견했다. 한 고객이 고가의 캠코더,VTR,TV 등 5개 품목 500여만원 어치를 같은 시간대에 주문한 것. 배송 장부에는 이 고객이 또 다른 사람이 주문한 3개의 고가 전자제품을 배달 받기로 돼 있었다. P과장은 “전달 받은 물건을 다른 시장에서 현금을 받고 되팔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신용카드대출(카드깡)이 성행하고 있다. 경매사이트 뿐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까지 카드깡 업자의 손길이 퍼져 있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들은 “카드깡이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한 주문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실토하고 있다. P과장은 “혐의 고객들은 카드깡이 아니냐고 물으면, 별 저항 없이 거래를 취소한다”고 말했다. P과장은 “경찰에 알려도 ‘거래 자체는 위법이 아니라서 수사가 힘들다’고 답한다”며 “작년 매출의 3%에 해당하는 주문은 확실한 불법신용카드대출로 지목해 취소했다”고 말했다. 

◆ 인터넷 불법신용카드대출이 판치는 이유 =인터넷 카드깡은 대면 접촉이나 신용카드 매출 전표 작성이 필요 없다. 이 때문에 카드깡 업자가 수사기관이나 세무당국에 노출되지 않으며, 위장 가맹점을 운영하는 비용도 들지 않아 빠른 속도로 기존 불법신용카드대출을 대체하고 있다. 수사기관들은 “종래의 카드깡 업자들은 보통 500만~1000만원 정도를 주고 위장 가맹점을 이용했다”며 “위장 가맹점이 필요 없는 인터넷 카드깡 업체들의 대출 이자율은 1~2% 정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 수법 =종래의 불법대출 조직은 위장 가맹점(주로 전자제품 대리점)을 통해 카드회사로부터 대금을 받았다. 카드 매출 전표에 판매자로 찍힐 업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거래를 하면 법망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경매사이트를 이용한 불법대출은 실제로 거래되는 상품조차 없다. 경매사이트에서 대출 희망자는 경매의 구매자로, 자신들이 만든 차명의 유령 거래자를 물건의 판매자로 설정한다. 판매자는 있지도 않은 물건을 경매에 내놓고, 구매자에게 낙찰시킨다. 구매자의 신용카드 발급회사는 경매사이트 업체를 통해 판매자(불법대출 조직)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된다.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 불법대출은 대출자의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기존 카드깡과 같다. 그러나 인터넷쇼핑몰이 카드 대금을 받기 때문에, 카드깡 업자는 물건을 팔 지하 시장만 있으면 되며 위장 가맹점은 필요 없다. 신용카드 매출 전표에는 판매자로 인터넷쇼핑몰 이름이 찍히기 때문에 노출되지 않는다. 

◆ 블랙리스트가 인터넷 업체들의 유일한 대책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들은 특정 주소지, 전화번호, 인적 사항 등으로 만든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같은 시각에 물건을 다량 주문하고, 실명이 아닌 연예인 이름으로 등록하는 것이 전형적이다. 이름이 서로 다른 4~5명의 고객의 휴대폰 번호가 같은 경우도 있다. 가장 ‘확실한’ 경우는 카드를 발급 받고 처음 사는 물건이 상품권인 경우. 

상품 배달지역이 부산지역, 서울 소공동 등이라면, 인터넷 쇼핑몰들이 모두 한번쯤은 불법신용카드 대출인지 의심한다. 지난 10일 B백화점 쇼핑몰에 모대학 학생이라고 신원을 밝힌 소비자가 주유상품권을 50만원어치 구매 신청했다. 배송지는 서울 소공동 ○○번지. 해당 정유업체는 “그 지역은 리스트에 오른 곳”이라며 불가방침을 통보했다. 

◆ 시급한 법적 보완대책 =최근 인터넷 불법신용 카드대출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자 신용카드 주무부서인 국세청은 부랴부랴 경매 사이트 운영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상품 주문자와 카드 결제자가 동일인 인지 등을 확인하는 등 불법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해 줄 것을 주문했다. 법 정비도 시급하다. 부산지검 특수부 강남일 검사는 “전자상거래법에는 규제를 실시할 수 있는 여지가 없고,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전자상거래에는 필요없는 신용카드 매출 전표 작성을 범죄구성요건으로 들고 있는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마구잡이식인 카드발급 경쟁도 인터넷 불법대출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높다. 실제로 불법대출에 사용돼 적발된 신용카드들은 발급된 지 2주일이 안된 경우가 태반이었다. 

대검 컴퓨터범죄 담당 노승권 검사는 “자유로운 거래와 정보 공유라는 인터넷의 원래 특성때문에 인터넷 범죄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며 “인터넷 불법신용카드대출을 막기 위해서는 법적인 미비점 보완과 함께 업체들의 자율 규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허위전표로 선이자 떼고 급전대출 

일명 ‘카드 깡’이라 불리는 불법 현금 대출은 사채업자가 특정 카드 가맹점과 짜고 허위로 카드 매출을 대량 발생시켜 조성한 현금으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비싼 이자를 받고 대출해주는 행위를 말한다. ‘깡’이란 일본어 ‘와리깡’의 준말로 할인이란 뜻이다. 

사채업자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신용카드를 받고 미리 15% 내외의 선이자를 떼고 돈을 빌려준 뒤 이 카드로 물건을 사서 되팔아 현금을 챙기거나 특정 가맹점을 통해 허위로 매출전표를 작성, 카드사로부터 돈을 청구하는 수법을 쓴다. 

이 과정에서 사채업자들은 ‘카드깡’ 거래 계약을 맺은 가맹점에게 일정 수수료를 줘야 할 뿐 아니라 매출전표가 노출돼 신용카드 회사나 국세청으로부터 전산 추적을 당할 염려가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인터넷 카드깡’은 가맹점 개설이 전혀 필요 없어 그 만큼 사채업자들의 비용이 줄어들어 선이자도 기존 카드깡보다는 다소 낮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