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화장품 ‘황금시대’ 막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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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6월 16일 뷰티누리 기사 김준한기자)

가격인상·환율 호재 사라져 성장세 반감...폭락 브랜드 속출  

 지난 수년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백화점 화장품 유통의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특히 큰 폭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던 상위권 브랜드는 물론 백화점 허리층을 형성하던 메이크업 주력 브랜드의 하락세가 두드러져 백화점 전반의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있다.

지난 5월 말까지 백화점 유통의 화장품 실적을 파악한 결과 전체 화장품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0대 브랜드 가운데 8개 브랜드가 성장곡선을 그리면서 외관상으로는 순조로운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백화점 2위로 치솟은 SK-II(한국피앤지)가 30% 성장한 반면 설화수, 에스티로더, 랑콤 등 지난해까지 두 자리 성장세를 보였던 유력 브랜드들은 전년대비 6~8%의 실적 증가에 그쳐 백화점 화장품 전체 성장률인 12%를 밑돌았다.

특히 크리스찬디올은 5월 말 기준 46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소폭 감소했으며, 고가 전략으로 이름 높은 시슬리는 395억원으로 6% 이상 마이너스 성장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매장 철수 파문을 겪고 일어선 샤넬의 매출이 소폭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매장 수가 4~5곳 증가한 디올·시슬리 등 브랜드의 전체 실적 감소는 매장당 평균 매출이 급감했음을 의미한다.

모 방송에서 효능·효과의 미미함을 지적받고 노동조합 설립으로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시세이도는 매출 감소율이 무려 10%대를 넘어섰다.

전문점·마트사업 등 시판유통에서 힘을 빼고 그동안 백화점에 힘을 집중해 왔던 시세이도의 선택이 최악의 난관을 만난 형국이 되면서, 한 때 백화점 10대 브랜드로 꼽혔던 매출 순위는 15위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이 밖에도 중위권에서 높은 가격대로 승승장구하던 겔랑(LVMH), 아베다(에스티로더컴퍼니), 라프레리 등 브랜드가 소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마이너스 성장의 불명예를 안았으며, 맥·바비브라운의 질주와 함께 메이크업 브랜드의 전성시대를 이끌어 온 부르조아, 안나수이, 비디비치는 20~30%나 실적이 폭락하면서 유래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와 관련 유통 관계자들은 백화점 성장의 매출이 위축된 요인으로 지난 2008~2009년에 걸쳐 환율 폭등을 이유로 앞다퉈 판매가격을 높인 백화점 브랜드들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격인상에 따라 지난해 극대화된 매출 성장률이 올 들어 상대적으로 안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환율이 진정되면서 백화점보다 비싸지기도 했던 면세점 영업이 정상화돼 관광객 수요가 면세점에 집중된 것이 백화점 성장 둔화를 가져왔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평균 가격대가 높은 브랜드의 매출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는 반면 채널 내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인 키엘, 록시땅 등 브랜드의 성장률은 여전히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중·하위권 브랜드들의 추락 요인으로는 '킬러 프로덕트의 부재(不在)'가 꼽히고 있다.

에스티로더의 갈색병, 설화수 윤조 에센스, SK-II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마스크 등 해당 브랜드의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효자 아이템이 브랜드 매출 성장을 꾸준히 유지하는 반면 트렌드에 따라 혹은 매장 증가에 힘입어 급상승 기류를 탔던 브랜드들의 성장 동력이 냉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백화점 유통이 전년도 25%의 기록적 성장을 정점으로 10%대 초반까지 둔화된 가운데 SK-II는 30%의 매출 성장으로 1위 설화수의 턱밑까지 추격 중이며, 키엘은 80% 가까운 성장세와 함께 상위권 브랜드의 1/3에 불과한 23개 매장만으로 10위권에 입성함으로써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