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콤' 나 떨어야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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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4월 9일 데일리코스매틱 양승구 기자)

비교광고 ‘공식적인 증거, 객관적인 데이터 제시때만 가능
엔프라니의 자연친화적 화장품 브랜드인 ‘네추어 비’의 광고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관련 기사 4월4일,4월6일,4월7일>. 지난 3월 31일자부터 4월 4일까지 5일 동안 게재된 엔프라니의 광고 하나로 화장품 업계가 술렁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반응이라는 평까지 받고 있다.

'랑콤(이드라젠 크림)을 그냥 드리겠습니다. 네추어 비(더 모스트 크림)와 직접 비교해 주십시오’라는 헤드 카피<사진>로 시작되는 이 광고는 4월 5일 3시까지 1000명의 고객 평가단을 모집한다는 의미. ‘우리의 제품도 세계적인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품질을 갖게 되었습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어찌 보면 ‘국위 선양’을 호소하는 이미지도 엿볼 수 있다. 

문제는 엔프라니의 이 광고가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 랑콤과의 비교광고라는 점이다.
97년 국내에 비교광고가 허용되면서 비교광고는 이미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광고의 기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에서 직접적인 비교광고는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전까지 비교 광고를 금지했던 이유는 비교가 아닌 비방, 흑색 광고를 막기 위해서 였으나 비교 광고를 못하게 하다 보니 오히려 가시적 비방 광고가 생겨 이러한 음성적 효과를 막기 위해 비교 광고를 허용하게 되었다”고 설명하는 코바코 광고연구소 박은아 연구위원은 “비교 광고는 특히 1위 기업에 대한 2, 3위 기업들이 유사한 입지를 얻기 위해 많이 쓰는 기법임으로 엔프라니의 이번 광고는 국내 중견 브랜드사가 세계적인 브랜드사에게 당당한 선전포고를 했다고 의미 부여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따라서 광고 전문가들의 이번 엔프라니의 광고는 불법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 않는 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비교광고의 허용 기준은 ‘공식적인 증거,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할 수 있을 경우’에 국한되어 있어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광고상 문구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또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과장된 것이 아니다”고 전하는 모 화장품 업체 법무팀 K관계자는 “특이 이번 광고는 테스트만 하라는 것이고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점이 없어 보이나 공식적인 증거 등의 제시가 없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100년 기술의 노하우 - Kolmar

한편 엔프라니의 이번 광고의 경우 경품 즉 ‘소비자현상경품류’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점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즉 엔프라니의 ‘더 모스트크림’ 가격이 2만원 대에 비해 경품으로 제공되는 랑콤의 ‘이드라젠 크림)은 7만원 대라는 점. 소비자경품류에 대한 공정거래법에 의하면 ‘상품가격의 10%를 초과하는 물건을 제공하는 것의 위법’이란 점에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경품은 ‘소비자현상경품류(추첨 등에 의해 선정된 사람들에게 경품을 주는 것)’인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현상경품류의 가액합계가 경품행사를 하면서 파는 상품의 예상매출액의 1%를 초과하거나 현상경품류의 가액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것은 금지’라는 조항에 위반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는 것. 
“경품 혹은 소비자경품에 관련된 법안은 복잡하면서도 예외 규정이 있어 해석을 여러 가지로 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K씨는 “어떤 업체가 ‘새로운 사업에 진출 등’을 할 경우 현상경품류의 법해석은 달라진다”고 덧붙이며 “엔프라니의 경우 아마도 적법한 해석을 내 놓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엔프라니의 광고를 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있다는 점도 재미있는 현상. 크게 수입사와 국내사와의 시각이 양분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재미있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광고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에 대해 관망 중이다”는 수입사의 한 관계자는 “랑콤이 시판유통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루머가 있는 만큼 엔프라니의 이번 광고가 기획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다시 말해 수입사의 대부분은 이번 비교 광고 등은 ‘남의 집 불구경’인 셈. 타사와 비교 광고가 나올 이유도 없고 유통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를 당해서도 안된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반해 국내 화장품 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광고를 보는 관심도부터 다르다. “광고 봤는데 신선하고 좋았다”고 선뜻 말하는 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후발업체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비교 광고를 흔히 쓰지 않느냐”고 설명하며 “개발자들이 신제품을 만들 때는 카운터를 설정해 놓고 타깃으로 삼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반해 엔프라니는 비슷한 수준의 카운터를 거론하기보다 아예 처음부터 랑콤이란 유명 수입 업체를 치고 들어가면서 잠깐 센세이션을 일으킨 다음 광고를 내리려는 계산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한다. 

한편 이 광고가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하는 관계자들이 더 많다는 게 중론. 
“특정 제품의 제품력이 오도될 소지가 있다”는 한 관계자는 “단순한 사용감이나 품평으로 제품의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전하며 “물론 제조사가 상품을 기획함에 있어 특정 기존의 제품을 염두하고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객관적인 수치 예를 들면 보습력, 수분 함량 등을 구체적으로 두 제품을 비교하는 것도 아니고 이 같은 단순 사용 후기는 오도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특히 한 관계자는 “엔프라니의 경우 홍보대행사가 큰 업체이기 때문에 제조사대 제조사의 큰 불화로 이어질 수도 있는 비교광고를 과감하게 시행한 듯 하다.”는 씁쓸한 평을 내리기도 했다.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는 게 앤프라니측의 공식입장이다. 한편 랑콤측에서는 조심스레 법적인 대응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들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두 제조사 간의 광고 전쟁,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체적인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