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로 집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할아버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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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매틱컨설팅 대표 김기정
( 2006년 2월 2일 데일리코스매틱 신문 기고 기사 )   
 
어느날 불광역, 플랫폼을 내려가려는 즈음 어느 손자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추운 겨울날 길에서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손자는 추워서 택시 타고 가자하고 할아버지는 지하철을 타고 가자며 실랑이를 하고 있다. 
 
한눈에도 어려보이는 손자는 춥다고 택시를 타고 가자며 할아버지에게 떼쓰며 울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보기에도 남루하고 돈이 없어 보이지만, 깔끔하게 면도하여 애써 가난함을 감추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의 안경 너머로, 많이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딘가 서울역의 노숙자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어려운 생활고를 지우며 손자를 깊이 사랑하는 마음을 또한 읽을 수 있었다. 한눈에도 할아버지가 돈이 없어서 지하철을 타고 가려는 모습이 보였는데,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키웠을 손자의 손을 잡고 끝까지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달래며 플렛폼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손자는 할아버지의 비어있는 주머니를 생각하지 않고 추워서 택시를 타고 가자며 끝까지 울며 보챈다. 할아버지는 끝까지 달래며 손자의 손을 끌고 지하철역에서 표를 공짜로 받아 쥐며 눈물을 훔친다.  그 짧은 시간에 할아버지는 많은 영상이 머릿속을 스치는 모양이다. 한손으로 눈물을 지우며, 한손으로는 꼭 잡은 손자의 손을 이끌며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할아버지는 생활고에 찌들려 돈벌어 오겠다고 집나간 아들과 집나간 며느리를 원망하며 철없는 손자를 끌고 지하철로 향하는 중이었다. 지하철은 할아버지의 마음도 모른 채 사람을 가득 태우고 육중한 무게로 들어온다. 어느누구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무심하게 시간은 흘러가고 손자는 힘들다며 보챈다. 누군가 자리를 양보하여 자리를 앉았고 할아버지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눈물을 감추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할아버지는 집나간 엄마를 찾고, 본인 속을 알아주지 않는 손자의 얼굴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할아버지는 손자의 머리를 만지며, 무엇이 서러운지 흐느낌도 없이 눈물만 주루룩, 차가운 콧등으로 내린다. 

서울역에 도착한 할아버지가 찾은 곳은 무료 급식소.  나는 서울역에서 내려서 할아버지에게 대충의 얘기를 듣고 주머니를 뒤졌으나, 내가 가진 것은 만삼천원이 전부였다.  아들의 사업이 부도나서 가정은 뿔뿔히 헤어져 할아버지가 손자를 맡게 되었다는 얘기, 부끄러워서 구걸도 못하고, 매일 서울역에 한차례 나와 손자와 끼니를 때운다는 얘기, 죽고 싶어도 피붙이 손자를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 등을 듣고 나는 많이 울었다.  만삼천원을 쥐어주고 다시 플렛폼으로 돌아와 집으로 향했지만, 발걸음은 너무 무거웠다. 연락처라도 알아볼 것을..... 이름이라도 물어볼 것을.....  유난히 추운 올해 겨울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자세히 물어볼 것을..... 만삼천 밖에 줄수 없었던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 그저 머릿속에서 맴맴 돌며 결론이 나지 않았다. 

대기업은 경기가 풀려서 장사가 잘된다며 애써 웃음을 지우고 있지만, 중소업체는 더욱 나빠진 체감경기를 느끼며 정부를 원망하고 있다.  부동산이 가고 증시로 많은 자금이 유입되며 본격적으로 경기가 풀리고, 백화점 주변의 도로는 쇼핑차로 빼곡하며, 전문가들은 올해 소비자의 주머니가 많이 풀릴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아직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IMF 만큼 어려운 체감 경기를 아직도 느끼고 있다. 

손자를 달래는 할아버지를 보고, 지하철 선반위에 놓인 큼직한 장밋빛 경제 기사가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지만, 사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는, 글자가 잘못되었다며 서류를 붙잡고 밤늦게 고민하는 정부 직원들을 바라보며 작은 중소업체의 서러움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 서류를 붙잡고 있는 시간만큼 비용과 시간과 영업이 깨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정부에 작은 원망을 하고 싶다.  
 
더 이상 상담할 것이 없으면 들어가겠다며 먼지를 털며 일어서는 것이 어쩌면 내가 그 먼지보다도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이제는 작은 중소업체가 살아야 진정 경기가 풀린다고 볼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작은 중소업체를 위하여 진정 일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작은 업체들을 도와줄 수 있는지, 정부입장이 아닌 업체입장에서 일을 하여 주면 새해에 큰 힘을 얻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도로 집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여 주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    김기정 코스케틱 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