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협회 정체성•역할론 논란
업계, 화장품법 개정안 발의 '뒷전' 비판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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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7월 30일 장업신문 허강우 기자)

식약청 개선(안) 제출요청…뒤늦게 알려져
지난 7월 20일 전격 발의된 화장품법 개정(안)과 관련해 대한화장품협회의 정체성과 역할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안명옥 의원(한나라당•보건복지상임위원회)을 비롯한 12명의 의원은 "의약품 또는 화학제품 등에 의한 어린이 중독 사고로 만 5세 미만 영유아들이 병원을 찾고 있는 건수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동안 연 평균 8천3백 여건에 달하고 있지만 이러한 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는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안전용기와 포장에 관한 정의 규정을 신설하는 것과 안정용기와 포장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화장품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본지 제 510호(8월 5일자) 5면 기사 참조>

화장품 업계는 그 동안 진행돼 왔던 화장품법 개정 방향과는 거리가 먼 이번 개정(안) 발의와 관련해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다. 이와 함께 회원사와 화장품산업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 역할을 수행해야 할 화장품협회가 '과연 왜 존재하는가'에 대해 질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대관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는 한 메이커의 담당자는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개정(안)을 막을 수도 없는 것이고 막아달라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개정(안) 발의 이후 업계 전체의 의견을 수렴, 효과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화장품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화장품협회가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본다"며 "이번 개정(안) 발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화장품협회나 식약청의 방침 등에 대해 문의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개정(안) 내용 역시 그 동안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화장품협회의 업무 수행력에 신뢰를 가질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안전용기•포장 의무화와 관련해 식약청이 화장품협회에 어린이 안전을 위한 화장품 사용 실태와 개선안 제출을 요청했으나 화장품협회는 이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지 않아 화장품 업계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새로운 사실을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식약청은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서 화장품과 관련한 어린이 안전 문제를 제기한 후 화장품협회 측에 제조업자 자율적으로 어린이 안전을 위한 규약을 만들고 표시 등도 도안하라고 권유했으나 화장품협회는 지난 3월 확정한 '스크럽 제품 표시기재 강화'에 대한 자율규약을 마련한 조치 이외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아 이번 개정(안)과 같은 사안의 발생을 자초했다는 평까지 듣고 있다. 

화장품협회 측은 이번 개정(안) 발의와 관련해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입법기관이므로 발의되는 모든 사안을 체크하고 알 수는 없다. 또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 역시 나름대로의 의견과 생각이 있는데 이를 존중해야 하지 않는가. 다만 화장품협회는 이번 발의에 따른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 화장품 업계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의견을 취합해 건의할 계획"이라는 설명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화장품 업계는 이 같은 화장품협회의 태도를 "업계를 대표하고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화장품협회가 추진하는 사안에 대한 신뢰를 갖기는 힘들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독자의 소리--------------------------------------------------------------------
화장품법률개정안에 대한 소고
코스메틱컨설팅 대표 김기정

지난 7월 20일 한나라당 안명옥 국회의원은 다른 12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화장품법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이번 발의(안)은 미국의 ‘Poison Prevention Packaging Act’를 모델로 했으며 의약품 또는 가정용 화학제품 등에 의한 중독사고로 만 5세 미만의 영유아들의 피해로 부터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 취지다. 

미국의 경우 같은 법이 화장품과 의약품, 다른 기타 모든 개별규정을 포괄적으로 이 법률에서 규제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의 경우 약사법•화장품법•품질경영 및 품질안전관리법의 세 가지 규정에 대한 품목으로 규정하려는 것이다. 

즉 약사법 대상중 의약품•화장품•세제류 등에 대하여 만 5세 여유아들의 피해를 막고자 하는 취지로 보인다.

OECD 소비자정책위원회는 ‘어린이를 위한 안전대칙과 관련한 위원회 권고사항’에서 어린이가 복용할 경우 위험한 의약품은 성인용과 별도의 용기 사용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70년대부터 ‘중독방지포장법’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30여종 성분의 의약품과 일부 가정용 화학제품에 대하여 어린이 보호 포장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이미 2003년 7월 26일 ‘의약품 안전용기 및 포장에 관한 규정’을 부터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현재 미국에서 규제하고 있는 성분의 의약품•가정용 화학제품 30여종에 대하여 어린이 보호 포장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정용 일부 화학제품에 대한 규정을 제정해 어린이를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국내 경기가 IMF관리체제 하의 상황보다 더욱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원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과도한 조항들로 인해 많은 규제가 발생한다면 화장품 업계의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현재 화장품법에서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보면 ‘유•소아의 손이 닿지 아니하는 곳에 보관할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러한 문구를 빨간색으로 잘 보이게 하는 방향으로 기존의 규정을 활용, 개정 소비자에게 알리거나 인식을 시키는 것이 산업계의 발전을 위한 조치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기준에 대하여 하위 법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불필요하게 많은 조항과 규제들로 인해 미국, 유럽에서 문제없이 판매되고 있는 외국사의 제품들이 한국에서 판매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국내의 규정만을 위하여 전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용기를 변경한다는 것은 사실상 실제로 수입화장품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비쳐짐으로써 자칫 통상문제로 비화될 소지마저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OECD 가입국으로서 무역고립국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때 환경부 등 적지 않은 규정들이 지킬수 없는 규제를 만들어 국내 회사들은 물론이요, 외국회사들에게 과도하게 부담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금번 개정안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나, 현실적으로 준수하기 어려운 규정을 만드는 것은 국내회사와 외국회사 모두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마지막으로 화장품법을 국회법이 아닌 보건복지부령으로 내려야 하는 커다란 숙제는 뒷전으로 미룬채 식약청이나 관련기관과 긴밀한 협조없이 이렇게 갑자기 발표하여 무리하게 개정하려는 것은 화장품 업계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며 이같은 일방적인 조치는 앞으로도 시정해야 할 부분이다. 

화장품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17대 국회의 보건복지위원회를 16대 국회와 틀리게 바라보고 화장품산업 발전을 위하여 일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이번 개정(안)발의와 관련해 추후 진행 과정 역시 이같은 업계의 믿음과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산업발전을 이끄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장업신문 허강우 기자 (kwhuh@jangup.com)
 2004-07-30 16:41:41